배드민턴 입문기(3) - 1부 박 노진 겨우내 같이 클럽을 다녔던 큰 애도 개학해서 혼자서 다녀야 한다. 아직 재미를 붙이지 못해 꾀만 자꾸 난다. 술을 많이 마시지는 못해도 자주 술자리에 참석하는지라 술 마신 다음 날 아침은 이불속에서 나오기도 싫을 정도로 귀찮다. 날씨도 춥고 해도 일찍 뜨지 않아서 어둑어둑한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영 어색하기만 했다.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다 드디어 공을 치게 되었다. 레슨을 시작한지 두 달 만인 것 같다. 하이클리어인데 한 번 공을 치면 약 50~60개 정도 한다. 1회 레슨에 4번을 치는데 약 30분에서 40분 정도 걸린다. 레슨이 끝나면 땀이 촉촉이 배여 오면서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도 묘한 기분이 든다. 초보 반장이 나보다 늦게 시작했는데 진도는 한 두 주 정도 빠르다. 더 늦지 않도록 빼먹지 말아야겠다. 어떤 분과 첫 게임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철수 사장이랑 했던 것 같다. 랠리도 아니고 서비스권으로 했는데 경기규칙도 모를뿐더러 공 받는 자세나 방법도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쳤다. 같이 게임을 했던 분들이 얼마나 웃었을까? 롱서브가 들어오면 뒤로 가다가 헛 손질을 한 것도 몇 번인지 모를 정도였다. 어쩌다 공을 치고 나면 네트 앞에다 톡 떨어뜨리는 데는 쫒아가다 쓰러지기 일쑤였다. 잔소리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머리를 올려준 선배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첫 게임의 기억은 정신없이 공만 쫒다 끝났다는 느낌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번 게임을 하다 보니 슬슬 배드민턴에 재미가 붙는다. 고참들이 보기엔 코웃음이 나오는 천방지축 초보일지언정 나에게 나는 세상 누구보다도 잘하는 프로이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언감생심 선배들에게 게임을 쳐달라고 할 수만 없어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그 사이 또 신입회원이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벌써 한 팀을 구성할 수 있는 인원이 넘었다. 레슨 반장, 안경원 최 사장, 후배 그리고 나까지 하면 우리끼리 한 팀이 돼서 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우리들만의 리그는 시작되었다. 수준이 낮아도 새록새록 게임에 하루가 시작되고 다음 날 게임 생각으로 하루가 저물기 시작했다. 신입회원들도 더 늘어 거의 10명에 육박하게 되었다. 중앙시장 엄사장 형, 삼성 희관씨, 천안시 김의원, 한의원 원장까지 8명이나 늘었고 5월, 6월에 다시 세 명이 더 입회하게 되어 총 인원이 11명에 이르는 초보 사상 최대의 인원풀을 구성하게 되었다. 새로 들어 온 회원들은 난타 몇 번 치지 않고 바로 게임을 하게 만들었다. 같이 게임을 해야 나처럼 오락가락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당연히 레슨도 받게 하고, 어르신들과 난타도 함께 쳤다. 선배분들 중에서도 특히 우리를 많이 챙겨주고 지켜봐주는 분들도 계셨다. 무엇보다 초보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하드트레이닝의 대명사 ‘김 부장’님. 아마도 젊은 시절 선수생활을 했을 만큼 대단한 실력을 가지신 김 부장님은 아침이면 라켓을 들고 어슬렁 어슬렁 다니시면서 하이에나처럼 초보자들을 노린다. 그 날 걸린 초보는 반 죽음이 될 정도로 바짝 훈련을 시키신다. 힘들긴 하지만 우리 초보들은 김 부장님의 트레이닝으로 실력이 많이들 늘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또 한 분, 초보 전문 트레이너를 자처하시는 조 재상 어르신이시다. 주로 수비 연습을 많이 해 주신다. 나이가 일흔이 넘으셨는데도 움직이시는 것만 빼면 우리들보다 훨씬 고단수다. 아, 또 있다. 줄넘기 줄을 가지고 다니시면서 항상 스텝을 강조하시는 조 약사님. 언제 봐도 고마우신 분이다. 그 밖에 최 회장님, 이 교수님, 포청천 선배님, 임 영준 선배님과 형수님 등 많은 분들이 갓 돌 지난 애들 같은 우리 초보들과 기꺼이 난타와 훈련지도 그리고 게임을 같이 해 주셨다. 게임에 한참 재미를 붙여갈 어느 날, 그 날도 여전히 누구랑 게임을 할까 기회를 보고 있는데 지금은 대구로 가신 음악목사님과 한 편이 되어 게임을 하게 되었다. 경기는 한창 무르익어 가고 온 몸은 땀으로 적셔 안경 너머 물체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상대방이 길게 하이클리어를 주는 것을 배운대로 스텝을 밟으면서 다시 하이클리어로 넘겼는데 드롭샷을 해 네트앞에 바짝 붙이는 것을 보고 앞으로 달려 나가다 갑자기 딱 하는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야구방망이에 한 대 맞은 것처럼 엄청난 통증과 함께 주저앉아버린 것이다. 얼떨결에 다시 일어나 수비 자세를 취했지만 이미 한 발자국도 딛기 힘든 상태였다. 인대가 늘어나버린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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