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명언

占四口牛頭不出(점사구우두불출)

까망도올 2008. 5. 1. 13:21
옛날 한 마을에 미모와 재주를 겸하기로 소문난 처녀가 살았다.
동네 총각들이 다투어 추파를 던졌지만 대꾸도 않는다.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는 난봉꾼 같았으니까.

그러던 어느날
그동안 동네 여타 총각들과는 달리
조용히 지켜보던 한 총각이 처녀가 꿈적도 않는 것을 보고
자기가 한 번 나서보기로 마음 먹고
종이에
문서 적(籍)자를 적어
처녀의 집 뒤뜰로 돌아가 처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마침 처녀가 뜰로 나오는 것을 본 총각이
종이를 담 넘어 처녀 앞으로 던졌다.
이것을 줏어 본 처녀가 담 밖의 총각을 힐끔보더니
방으로 들어간 얼마후 다시 나와서
곱게 접은 종이 쪽지를 담 밖 총각이 있는 곳으로
던져 주는 것이 아닌가.

이 총각이 받아 본 쪽지에는
占四口牛頭不出(점사구우두불출)이라 적혀 있었다.
이를 본 총각은 담장 안의 처녀에게 눈을 맞춰 주고는
만족한 미소를 머금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런데 총각이 적어 준
문서 적(籍)를 해자(解字)하면
대나무 죽(竹) 머리에 옛 석(昔)자가 있고,
자는 20일을 이렇게 쓰기도 하며,
그 왼쪽의 글자는 올 래(來)
자로 읽는다.

이를 풀이하면 총각이 던진 글자는
오는 스무날(저녁)에 대나무 숲으로 오겠느냐
물었던 것인데, 이에 처녀의 답장이 가관이다.

占四口牛頭不出은 파자(破字)한 것인데
이를 짜 맞춰보면
점 네개가 있고
그 아래에 입 구(口)를 놓으면 말씀 언(言)
이 되며,
소머리(牛頭)에 뿔이 없다(不出)고 했으니 이는 낮 오(午)가 된다.
이들을 합자(合字)하면
허락할 허(許)가 되니
그 총각에 그 처녀라....
아마도 그 동안 처녀가 찾았던 총각은 이렇게 글줄이나 읽고
파자(破字)놀이를 할 줄 아는 유식한 한량을 찾았던 모양 아닐까....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