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공은 왜 깃털이 달려있을까?
왜 공 대신 셔틀콕(Shuttlecock)이라 부를까?
왕복이란 뜻의 'shuttle'과 닭을 의미 'cock' 합쳐 '셔틀콕'
구기(球技)종목으로 분류되는 배드민턴은 공 대신 셔틀콕(Shuttlecock)이란 새의 깃털로 만든 작은 물체를 사용한다.
새끼 염소의 가죽을 씌운 작은 반구형의 코르크 가장자리에 16개의 거위 털을 동그랗게 꽂아 만든 이 셔틀콕은 예전에는 본래 닭털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왕복이란 뜻의 'shuttle'과 닭을 의미하는 'cock'을 합쳐 '셔틀콕'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일부는 버드(bird)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닭털의 공기 통과율이 높아 바람의 저항을 많이 받게 되자, 이 보다 낮은 공기 통과율을 보이는 거위털을 사용함으로써 선수가 의도한 방향대로 셔틀콕이 나아가게 만들었다.
본래 배드민턴은 1900년대 초반까지 비싼 셔틀콕 가격 때문에 일부 귀족들만 즐길 수 있는 상류층의 스포츠였다. 하지만 1940년대 영국에서 플라스틱 재질의 저렴한 셔틀콕이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했고, 이는 배드민턴의 세계적인 대중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처럼 플라스틱으로 만든 셔틀콕이 널리 보급되기는 했지만 지금도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에서 쓰이는 셔틀콕은 살아 있는 거위의 털만을 고집하며 만든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이런 고급 셔틀콕에 쓰이는 깃털은 거위 한 마리에 고작 14개 밖에 나오지 않으며 이 또한 셔틀콕의 회전 방향을 일정하게 하기 위해 같은 쪽의 깃털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말 제대로 된 셔틀콕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거위 3마리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통 국제대회 한 경기에서 여자 선수들은 10개가 넘는 셔틀콕을 교체하며 이보다 더 강한 스매시 등을 구사하는 남자 선수들은 20개가 훌쩍 넘는 셔틀콕을 교체한다. 라켓으로 강하게 셔틀콕을 치다 보면 깃털에 손상이 가기 마련이고, 이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셔틀콕이 제대로 날아가지 않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더 나은 셔틀콕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7cm의 길이에 고작 5g에 지나지 않는 가벼운 무게 때문에 바람의 저항을 받기 쉬워 이번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일부 선수들은 경기장 내의 에어컨 바람도 경기에 방해가 된다며 불평을 터뜨리기도 했다.
에어컨 바람을 등지고 경기를 하는 선수는 에어컨의 도움으로 셔틀콕을 더욱 빠른 속도로 날아가게 쳐낼 수 있지만 만약 맞바람을 안고 경기를 하는 선수는 그만큼 불리한 조건에서 경기를 벌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람의 저항을 최대한 덜 받는 셔틀콕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쏟고 있다.
이처럼 가볍고 약하게 만들어진 셔틀콕이지만 경기장에서는 야구에서 투수가 던지는 강속구보다 더 빠르게 변한다. 그러나 셔틀콕 자체의 무게가 워낙 가벼울 뿐만 아니라 강력한 스매시를 시도했을 경우 최대 260km가 넘는 속도로 빠르게 날아가는 셔틀콕이지만 초속과 종속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마지막에서는 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셔틀콕으로 인한 부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눈과 같은 중요한 신체 부분에 대해서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 남자단식 은메달의 쾌거를 이룬 손승모 선수는 고등학교 때 배드민턴을 하다가 눈에 셔틀콕을 정통으로 맞아 각막이식 수술을 받은 끝에 가까스로 시력을 회복한 경험이 있다.
배드민턴이 예전에는 상류층의 스포츠였지만 지금은 동네 공원이나 약수터에서도 쉽게 배드민턴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을 만큼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이와 더불어 바람의 저항도 받지 않으며 더 이상 거위들의 희생을 필요로 하지 않는 혁신적인 셔틀콕이 개발되는 것도 함께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