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입문기(1)-펌
배드민턴 입문기(1) - 1부 박 노진 작년 연말 그러니까 12월 27일경 천안클럽문을 열고 들어갔다. - 저... 여기 배드민턴 하는 곳이 맞나요? - 예, 배드민턴 배우시게요. - 아! 예... - 배드민턴 해 보셨어요? - 그냥 집에서 애들이랑 가끔 치는 정도입니다. - 댁은 어디쯤이세요? 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마흔 살 무렵 생각지도 않았던 당뇨판정을 받고 본격적으로 건강관리를 시작하였다. 스스로 운동에 관심이 많았고 운동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이런 저런 핑계로 술과 담배를 끊지 못하고 30대 10년을 배둘레햄 만들기에 바빴던 모양이다. 처음엔 등산을 다녔다. 당시 집이 쌍용동이어서 봉서산을 주로 다녔다. 아침 저녁 시간날 때마다 다녀보았지만 내 취미와 잘 맞지 않았다. 지금도 등산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다음 시도한 것이 러닝머신타기였다. 등산은 6개월 정도 하다 그만두었지만 러닝머신타기는 약 2년 정도 지속하였다. 나중에 기회를 내서 러닝머신을 타면서 독서하는 습관을 들인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공부하는 데 짱이다. 러닝머신 운동을 하다가 마라톤에 입문하였다. 약 3년 정도 마라톤을 하였고 풀코스 4회, 울트라마라톤 1회(65km)를 완주하였으며 아직도 마라톤에는 미련이 없지 않다. 그날도 역시 마라톤 연습을 위해 신토불이 앞 도로로 달리다가 배드민턴 글씨를 보고 무턱대고 들어와 봤던 것이다. 오후였고 어떤 여자분(나중에 알고보니 코치님)과 상담하게 되었다. 오후라서 코트는 비워있었고 짜릿한 전율같은 느낌은 오지 않았다. 올까 말까 하는 그냥 그런 마음으로 상담을 마치고 돌아왔고 며칠 일에 빠져 잊고 지냈다. 날이 추워 한동안 마라톤 연습을 하지 못하게 되니까 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곤 얼마 전 찾아갔던 배드민턴 클럽이 생각나서 무작정 찾아갔다. 운동시간을 물어보고 새벽반을 들기로 하고 일단 클럽을 두 개 구입하였다. 큰 애가 중3이 되면 아빠랑 같이 지낼 시간이 적을 것 같아 겨울방학 때만이라도 같이 다녔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다음 날 아침 7시에 아이와 함께 클럽에 왔다. 무척 추웠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기합소리와 함께 코트마다 게임하는 분들과 난타를 치는 분들로 가득 차 있었다. - 배드민턴 치러 오셨어요? (아니, 그럼 배드민턴 치러 왔지 놀러왔나) - 예(최대한 공손하게) - 클럽 가입하셨어요? - 아뇨. 말씀들었습니다. 가입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 어이, 저 박총무! 이리 와 봐. 여기 새로 오신 분 좀 봐 드려.(누군지 잘 기억이 안 남) 박 총무(박경화 1부 총무)라는 분이 오셔서 몇 가지 안내를 해 주고는 빈 자리가 나면 운동하라고 한다. 처음인 나도 당황스럽지만 아이도 왠지 주눅이 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20분 정돈가를 기다렸다가 빈자리가 나길래 같이 배드민턴을 쳤다. 큰 애는 성격이 좀 얌전하고 내성적이다. 별로 말도 없는 편이다. 친구가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일단 집에 들어오면 나가지 않는다. 방학때는 일주일동안 집밖을 나가지 않을 때도 있다. 하루 종일 컴퓨터와 살고 있을만큼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나이가 들수록 아빠와 같이 지내는 시간도 줄어들고, 막상 같이 있어도 할 말이 별로 없음을 보고는 아빠가 돼서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아침에 일어나거나 잠자리에 들 때 안아주고 뽀뽀하고 별 짓을 다해도 좋다고 하던 애가 이제는 슬그머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배드민턴이 아빠와의 스킨십을 하게 만들어 주었고 겨울방학 내내 아침에 같이 다녔던 것이 아이에게도 좋은 기억이 된 모양이다. 확실히 젊으면 학습능력이 빠르다. 운동신경은 내가 더 낫다고 생각했는데 배드민턴을 치는 폼새는 아들이 훨씬 빨랐다. 1부 회원들이 아이와 같이 난타를 쳐 주면서 칭찬을 많이 해 주어서인지 아침에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 배드민턴 치러 가자고 조를 정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