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돌아온 제2의 방수현’ 전재연

까망도올 2007. 7. 3. 17:18
‘돌아온 제2의 방수현’ 전재연
이상철 기자 / 2007-07-03




12년 만의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 노리는 전재연.
사진 이상혁
배드민턴은 대표적인 효자 종목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남녀 복식과 혼합 복식에 해당하는 말이다. 남녀 단식은 여러 국제대회에서 정상과 거리가 멀다. 1994년 히로시마아시아경기대회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방수현(35)이 주요 국제대회 단식에서 우승한 유일한 선수다. 손승모(27,밀양시청), 이현일(27,김천시청) 등을 배출한 남자 단식과 달리 여자 단식은 특히 뚜렷한 선수가 없었다. 때문에 전재연(24,대교 눈높이)의 등장은 가뭄에 내린 단비와 같았다.

고교 3학년이던 2000년 열린 국내대회의 단식을 휩쓴 전재연은 국제대회에서도 쟁쟁한 선수들과 겨뤄 여러 차례 입상하며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2004년 4월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첫 국제대회 단식 1위를 차지한 전재연은 2005년 1월 코리아오픈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왕천(중국)을 2-0(11-7 11-8)으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1996년 방수현 이후 9년 만에 이뤄진 한국선수의 우승이었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재연은 2개월 뒤 스위스오픈 8강전에서 왼쪽 무릎을 다쳤다. 십자인대 파열로 1년 동안 라켓을 놓아야 하는 큰 부상이었다. 전재연은 “그날 따라 컨디션이 좋았다. 경기 초반부터 무리한 동작을 했던 게 화근이었다”고 회상했다. 오랜 재활 끝에 코트로 복귀한 전재연은 지난해 12월 도하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해 여자단체전 동메달을 이끌었으나 이번엔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부상과 재활이 반복되면서 전재연은 어느덧 잊혀진 선수가 됐다.

부상을 털고 대표팀에 복귀한 전재연은 6월 2일 싱가포르세트라잇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 후배 배연주(17,성지여고)를 2-0(21-9 21-8)으로 가볍게 물리치고 우승했다. 2년 5개월 만의 국제대회 우승이었다.

이제 목표는 1년여 앞으로 다가온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올림픽에 나서기 위해서는 국제배드민턴연맹(IBF)의 세계랭킹 16위 안에 들어야 한다. 6월 14일 현재 세계랭킹 123위인 전재연으로서는 까마득하다. 세계랭킹은 선수가 출전한 최근 10개 대회의 성적을 등급별로 나눠 합산한 점수로 매기는데 전재연은 장기간 부상으로 이제 3개 대회 출전에 불과하다. 앞으로 1년 동안 꾸준히 대회에 참가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한다면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다. 전재연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했던 경험이 있어 베이징올림픽에 나설 수만 있다면 금메달은 자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트라잇대회에서 2년 5개월 만에 국제대회 우승을 했는데.

오랜만에 정상에 올라 기분이 좋았다. 결승전 상대가 대표팀 후배라 긴장 했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창피를 당할 것 같았다. 마음을 다잡고 코트에 들어갔는데 몸도 좋고 마음도 편해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외 대회 우승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등급이 낮은 대회 우승에 기뻐하는 게 씁쓸하기도 했다.

2005년 3월 세계랭킹 4위였는데 현재는 123위다.

아무래도 부상으로 뛰지 못한 대회가 많아 순위가 낮아진 것 같다. 10개 대회를 채운 뒤부터 점수가 쌓인다. 최대한 경기를 많이 뛰고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평소 세계랭킹을 잘 안 챙기는 편인데 지금은 (세계랭킹이)워낙 낮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어느 선수는 재활이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라고 했다.

나 역시 힘들었다. 양쪽 무릎을 다쳤을 때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재활훈련 초반에는 무릎을 꺾는 게 너무 아팠다. 재활을 마치고 코트에 복귀했으나 몸과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걸 느끼게 돼 괴로웠다. 주위에서는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는데 내가 보기엔 전성기의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도하아시아경기대회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땄다. 그러나 또다시 다쳤다.

애초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았다. 단체전 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았기에 출전은 결정돼 있었다. 조심스레 운동을 잘 해왔는데 경기를 일주일 남겨놓고 다시 아팠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에서 “스스로 조절하며 뛰라”고 권했다. 진통제 주사를 맞아가며 경기했는데 이후 너무 아파 수술하기로 결정했다.

왜 그렇게 욕심을 부렸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욕심이었는지도 모른다. 최종 출전명단이 발표됐을 때에는 괜찮았는데 경기를 앞두고 갑작스레 상태가 악화됐다. 출전명단에 오른 이상 뛸 수밖에 없었다. 단체전이라 내가 뛰지 않으면 후배들이 더 많은 경기를 뛰어야 하는 체력적인 부담이 따랐다. 또 가장 중요한 단식 세 번째 경기(단체전은 단식-복식-단식-복식-단식 순으로 진행된다)에 나설 확실한 선수가 없었다. 내가 더 잘했으면 은메달을 딸 수 있었기에 코칭스태프와 후배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제2의 방수현으로 불린다. 여자단식의 간판스타인데 중압감은 없나.

예전에 그랬지 지금은 아니다. 부담 같은 건 없다. 그렇게 칭찬해 줘 고맙고 자부심을 갖게 된다.

방수현, 라경민(31)처럼 오랫동안 기억되는 선수로 남고 싶은 게 꿈이라고 했는데.

팬들은 물론 선수들 사이에서 존경 받으며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 (방)수현 언니는 대표팀 내에서 전설 같은 존재다. 코칭스태프가 항상 “수현이가 최고였지”라며 스매싱, 경기운영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와 나이 차이가 많아 태릉선수촌에서 (수현 언니가)운동하는 걸 보지 못했다.

자신의 장단점은.

실수하지 않고 오랫동안 빠른 속도로 뛰는 걸 잘 한다. 여자단식은 실수하는 선수가 지는 경우가 많아 랠리가 길어질수록 내가 이길 확률이 높다.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집중력과 정신력도 좋은 편이다. 반면 오랫동안 운동을 하지 않아 체력과 스피드가 많이 떨어졌다. 예전 같은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다 보니 스스로 답답하다.

단식 전문선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국내대회에서 몇 차례 복식에도 출전했는데 체질적으로 단식이 내게 더 맞는 것 같다. 중학교 때부터 단식이 주 종목이었다. 내가 못해 동료 선수에게 피해를 주는 게 싫고 반대의 경우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게 싫었다. 어떻게 보면 복식을 못해서 단식을 하는 것 같다.

최근 들어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다. 하향세인가.

그렇지 않다. 한국선수들도 잘하고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기량을 지닌 선수도 많고 국제대회에서 우승도 많이 한다. 올림픽 등 큰 대회를 놓고 판단하는 것 같다. 아테네올림픽, 도하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운이 없었다. 다들 잘 준비하고 있는 만큼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기대해도 좋다.

본인도 12년 만의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자신하는가.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해 예선 탈락한 경험이 있다. 첫 출전이라 부족한 게 많았다. 이제는 올림픽에 나가면 편안하게 잘할 수 있다. 출전만 한다면 금메달은 자신 있다.

본보기로 삼고 있는 선수가 있는가.

딱히 한 명을 꼽기는 어렵다. 여러 선수들을 통해 다양하게 배우고 있다. 공격력이 약한 편이라 국내 남자 단식 선수들의 힘 있는 플레이를 내 스타일에 접목하려 한다. (이)현일이 오빠가 내 스타일에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태릉선수촌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다.

어렸을 때에는 잠도 재워주고 하고 싶은 운동을 마음껏 할 수 있어 좋았다. 집같이 편안했다. 그러나 이젠 운동만 하기에 좋은 것 같다. 평일에는 외출을 못해 숙소에서 책을 읽으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앞으로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싶다. 은퇴한 뒤 대학 교수보다는 교사가 되고 싶다. 체질적으로 그게 더 맞다. 어린이들에게 배드민턴을 가르치는 게 좋다. 틈이 날 때마다 친구가 교사로 있는 초등학교를 찾아가 가르치고 있다.

전재연
생년월일 1983년 2월 9일
신체조건 169cm/57kg
약력 포천초-포천여중-포천고-한국체대-대교 눈높이



SPORTS2.0 제 57호(발행일 06월 25일) 기사